발달에는 항상 위기가 따른다.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상태에서 개체는 항상 발달의 다음 단계로 진행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진행에 장애물을 만나면 위기가 발생한다. 가족이라는 조직체는 구성원들이 변화의 전환점을 만나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생물체는 성장으로 간다. 이전보다 한층 더 큰 개체로 변신을 하게 된다.

 위기는 나쁜 것은 아니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릭슨(Erikson)은 한자(漢字)의 위기(危機)의 개념을 도입해서 위기는 곧 기회임을 발달 개념에 도입한 사람이다. 위기(危機)라는 글자는 위험(crisis)과 기회(opportunity)의 글자로 구성 되어 있다. 위험에는 항상 기회가 있고 기회에는 항상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새옹지마(塞翁之馬) 등의 말들이 이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생리학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아주 기쁠 때 사람들은 눈물을 보인다. 또 아주 슬플 때 사람들은 눈물을 보인다. 감정은 서로 반대가 되지만 생리적인 반응은 같다. 심장 박동이 뛰거나 호흡이 증가하고 혈액 순환이 빨라진다. 즉 교감 신경이 작동하게 된다.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이러한 생리적 반응 때문에 실수를 하기 쉽게 된다. 생리적으로 흥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안절부절 하게 되고 이러한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정확성이 결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들이 밝히고 있다. 결국은 좋은 경사스러운 일에서 실수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높게 된다.

 실패는 우리에게 결함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이 결함을 알고 수정하면 우리는 다음 기회에서 성공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실패는 자신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좋은 친구이다. 이 실패를 수치심으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성공의 기회를 외면하게 된다. 실패를 나의 결함을 알려 주는 기회로 보는 사람은 이 결함을 수정해서 성공으로 간다. 개체는 이전 보다도 더 큰 성장의 단계를 통과하게 된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되는 것이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15- p16, 2003).

가족이라는 조직체는 성장과 발달을 지속하게 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자녀가 태어나고, 자녀가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자녀가 사춘기가 되고, 부모가 중년기가 되고,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거나, 결혼해서 출가를 하고, 부모가 노년기가 되고, 한쪽 부모가 사망함으로써 가족은 해체가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모든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과정으로 발달 학자들은 발달의 수평선 혹은 수평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이 시기가 발달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전환점으로 본다. 이 발달 수평선 상의 각 시점에서 가장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러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 결혼 직후 3년 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나타나 있다. 신혼 시절이 가장 행복한 기간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로 이 기간에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이혼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 있다. 결혼으로 부부가 새 가정을 이루어 새로운 출발을 한다.

집도, 가구도, 살림 도구들도 모두 새로운 것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각 파트너는 지금까지 자신이 자란 가족들과의 관계 패턴을 가지고 간다. 이 관계의 패턴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새로 만나서 새로운 관계 패턴으로 재조정하는 기간이 바로 결혼 후에 3년 5년의 기간이다. 서로 협상으로 과거와는 다른 서로에게 알맞은 새로운 관계 패턴의 재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상대에게 자신의 친가의 룰을 강요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면 갈등이 생기고 심하면 이것이 이혼으로 가게 된다.

자녀가 학동기가 되기 이전에는 어머니와 자녀는 밀착 관계가 된다. 그러나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어머니는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치권을 조금씩 이양해 주어야 한다. 이 시기에 어머니가 변화되지 못하면 어머니는 자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게 되고 자녀는 어머니에게 의존하게 된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머니는 자녀에게 성장을 거부하여 영원한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것은 어머니의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 자녀의 성장을 담보로 잡고 있는 것이다. 자녀는 성장하지 못하고 언제나 어머니에게 3세 5세의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 결과 자녀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 이 시기에 자녀들의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등교 거부증, 야뇨증, 새로운 학교 환경에 부적응,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외톨이 등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 특히 어머니가 자녀의 독립심, 자치심을 허용해주어야 한다. 유치원 때 어머니가 자녀의 신발 끈을 매어주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자녀의 신발 끈을 매어주는 것은 자녀의 자치심을 침해하는 행동이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자녀를 어머니가 신발 끈을 매어주는 행동은 자녀의 자치심에 모독이 된다.

자녀가 사춘기에 들어가면 부모는 중년기에 들어가게 되고 자녀는 질풍 노도의 시기를 맞아서 혼란을 경험하게 되고 부모는 중년기의 위기를 맞아서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자녀가 독립을 해서 집을 떠날 때 부모가 자녀의 독립을 부모를 버리고 떠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면 버림받음이나, 배신으로 느끼게 되고 갈등이나 혼란은 필수적이다.

자녀의 결혼은 부모에게 허전함, 외로움으로 부모는 빈둥지 증후군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발달 수평선에 버금가는 발달 수직선이 있다.

발달 수직선은 한 가족이 경험하는 독특한 이벤트들을 말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이혼을 하거나,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사고가 나거나 등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 그 가족이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경험하는 독특한 경험들을 말한다.

각 개인의 삶의 역사는 바로 이 발달 수평선과 발달 수직선이 서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 독특한 그 개인의 삶의 무늬가 짜여진다. 어떤 무늬를 가진 삶이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은 어떤 경험을 하는가? 에 달려 있다. 치료자는 환자와 가족들이 발달의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가? 를 분석해 내어야 한다. 자녀가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중년기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지를 체크 해야 한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15- p16, 2003).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 때문에 중년에 들어서면서 그 상처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헤메고 있는 중년 여성을 다룬 심리치료 사례에 들어가 보세요.